대만 국기(청천백일기)를 흔드는 게임 스트리머./사진 = 유튜버 'ANGRYPUG NATION' |
2015년 미국 국적의 게임 스트리머 'Angrypug'는 게임 도중 '핵'(해킹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중국인 게이머들에게 "타이완 넘버원"이라고 말했다.
중국인 게이머들은 이 스트리머를 향해 욕설을 퍼부었으나 이 게이머는 아랑곳하지 않고 청천백일기(대만 국기)를 꺼내 흔들었다. 이 유튜브 영상은 100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후 '타이완 넘버원'은 최근 국내 인터넷상에서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유행어가 됐다. 지난달 중국이 홍콩의 국가보안법 제정을 강행했을 때도 어김없이 '타이완 넘버원'이라는 글이 수천 건의 추천을 받았다.
대만이 최고라는 뜻을 가진 '타이완 넘버원'은 어쩌다 중국인이 분노하는 '마법의 문장'이 됐을까?
[타이베이=AP/뉴시스]9일 밤(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의 총통부 앞 카이다거란 거리에서 국민당(KMT) 총통 후보 한궈위의 선거 유세가 열려 그의 지지자들이 청천백일기를 흔들며 연호하고 있다. / 사진 = 뉴시스 |
중국인들이 '대만이 최고'라는 글에 분노하는 데에는 대립이 심화되고 있는 양안관계(중국-대만 관계)가 얽혀 있다.
지난달 홍콩 국가보안법 통과 당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홍콩을 지지한다"고 말하는 등 공개적으로 중국을 비판했다. 반면 중국은 "대만은 중국의 영토"라며 '하나의 중국'을 강조하고 있다.
'타이완 넘버원'에는 중국 정부가 대만을 상대로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에 반대하며 '공산국가 중국보다 민주국가인 대만이 낫다'는 뜻이 있다. 대만에 대한 중국인들의 불편한 심리를 자극하는 용어가 '타이완 넘버원'인 셈이다.
대만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타이완 넘버원'이 사용되는데 대해 대환영이다. 팔라우, 에스와티니 등 군소 국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국가와 단교 상태인 대만은 항상 국제 사회의 관심에 목말라 있다.
타이페이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26)는 "타이완 넘버원이 중국을 놀리기 위해 등장한 말이라고 해도 대만이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대만은 엄연히 중국과 다른 국가이지 절대 '중국의 일부'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타이완 넘버원'에 대한 중국 SNS 반응. / 사진 = 웨이보 |
중국 내에서는 '타이완 넘버원'이 금기시된 문장이다. 중국 최대의 SNS인 웨이보에는 '타이완 넘버원'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혐오한다는 글이 여러 건 검색된다. 한 중국 누리꾼은 "게임을 하다 한국인이 '타이완 넘버원'이라고 말했다"며 "게임 내내 모든 한국인을 향한 증오가 솟구쳤다"는 글을 남겼다.
일각에서는 '타이완 넘버원'을 들었을 때 어쩔 수 없이 분노해야 한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인 B씨는 "만약 이 말을 듣고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경우 후과(뒷일)가 두려워 민감하게 반응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B씨는 "한국 사람들이 '북한 최고'라는 말을 들어도 별 반응이 없는 것처럼, 사실 '타이완 넘버원'에 대해서도 별 생각 없는 사람들이 많다"며 "하지만 중국이 공식적으로 대만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니 '타이완 넘버원'이 말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는 것"이라고 했다.
June 28, 2020 at 03:4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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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이 분노하는 '타이완 넘버원' [관심집中] -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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