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신차 같은 중고차’ 내세워 중고차 매매 확대
제조사가 직접 나서 자사 중고차 잔존가치 제고
고만고만한 중소 업체들이 난립해 있는 중고차 시장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볼보 등 수입차 회사들이 중고차 판매업을 공격적으로 전개하기 시작한 데 이어서 현대·기아차를 필두로 완성차 업체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중고차 시장 진출 의향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계기는 지난 8일 중고차 판매업체의 이익단체인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연합회)가 "소상공인을 사지로 몰아넣는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제조업체의 중고차 판매 시장 진출 시도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면서다. 이들은 지난 2일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주제로 중소벤처기업부가 마련한 간담회에서 완성차 업체의 이해단체인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측 관계자가 완성차 업체들이 중고차 매매업 진출 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들은 이러한 진출 의사 표명이 "기습적인 천명"이라며 "중고차 판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에 지정되지 않으면 무기한 거리 투쟁에 나서겠다"고 주장했다.
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중고차 매매업은 지난해 11월 동반성장위원회가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부적합하다고 판정을 내렸고, 이후 중고차 매매업체 쪽에서 지정을 요구하는 상황"이며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영역을 침범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들은 중고차 매매업을 미래 비즈니스의 주요 영역 중 하나로 생각하고 있다"며 "그동안 규제로 묶여 진출하지 못했던 상황에서, 다시 진입 제한을 거는 게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중고차 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 완성차 업체들이 중고차 매매업에 관심을 갖는 일차적인 이유는 완성차 업체들의 대리점이 개인들로부터 중고차를 사들이는 ‘큰 손’이기 때문이다. 고객들이 새 차를 사면서 내놓게 되는 중고차를 완성차 업체의 대리점에서 매매 중개를 하는 방식이다. 수입차의 경우 유통회사(딜러사)가 직접 매입하기도 한다. 한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케이카 등 대형 중고차 매매 업체의 현대·기아차 물량 가운데 상당수는 현대·기아차 대리점에서 넘긴 것일 정도로 비율이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진짜 알짜배기 중고차는 이들 대리점이 넘긴 것"이라고 귀띔했다. 신차로 교체되는 차량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여지가 작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고차 시장은 차량의 품질 정보를 소비자들이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이를 악용한 매매와 소비자 피해가 일상이다시피하다. 이른바 ‘정보 비대칭’ 문제다.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중고차 관련 불만 상담은 2018년부터 이달 10일까지 2만800건이다. 품목별로는 스마트폰, 침대 등에 이어 5위로, 가격이 1000만원대에 달하는 고가 내구재 중에는 가장 많다. 중고차 관련 소비자 불만 중에 침수차를 일반차로 둔갑해 파는 등의 사기는 가벼운 수준이고 소비자가 감금, 협박을 당하는 사례까지 종종 나오곤 한다. 여기에 규모가 있는 기업이 진출해, 품질을 보증하는 방식으로 정보 비대칭을 없앨 경우 중고차 판매 가격을 높일 수 있다.

자동차 업계는 국내 완성차 회사들이 중고차 매매업에 직접 뛰어들기 보다 일정 품질 기준을 만족하는 자사 브랜드 중고차를 선별해 일종의 보증을 서는 ‘인증 중고차’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매매는 차량마다 매입, 정비 등 상품성 개선, 판매, 재고 관리 등을 해야 해 대기업이 뛰어들어 경쟁력을 갖추고 일정 규모 이상 이익을 내기 어려운 시장"이라며 "대신 중고차에 대해 품질 보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중고차 시장을 관리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고 설명했다

수입차 회사들이 인증 중고차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신차 대리점이 중고차를 매입하는 창구 역할을 하는 데, 이를 자체적으로 판매하는 게 더 이득이라는 점이다. 두 번째는 자사 브랜드 중고차에 대한 잔존가치를 높이려는 것이다. 중고차 가격을 높일 경우, 신차 판매 가격도 덩달아 끌어올릴 수 있다. 한 수입차 관계자는 "차량을 몇 년 탄 뒤 중고차로 팔 때 헐값으로 내놔야한다면, 신차 구매를 주저할 수 밖에 없다"며 "관리가 잘 된 중고차가 ‘제 값’을 받는 게 신차 판매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July 19, 2020 at 04:00AM
https://ift.tt/2BbJlWS
벤츠·BMW도, 현대·기아차도 중고차 시장 관심 갖는 이유는? - 조선비즈
https://ift.tt/2MNUKOH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