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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July 18, 2020

벤츠·BMW도, 현대·기아차도 중고차 시장 관심 갖는 이유는? - 조선비즈

sayauntungdah.blogspot.com
입력 2020.07.19 06:00

2016년 8조→ 2018년 12.4조로 시장 성장
수입차, ‘신차 같은 중고차’ 내세워 중고차 매매 확대
제조사가 직접 나서 자사 중고차 잔존가치 제고

고만고만한 중소 업체들이 난립해 있는 중고차 시장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볼보 등 수입차 회사들이 중고차 판매업을 공격적으로 전개하기 시작한 데 이어서 현대·기아차를 필두로 완성차 업체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BMW 판매업체(딜러사)인 도이치모터스가 운영하는 인증 중고차 매장. /도이치모터스
이들 완성차 업체들은 각각 자사 엔지니어와 품질관리 시스템을 이용해 중고차 품질을 보장하는 것을 핵심으로 비즈니스모델을 구축하려고 한다. 구매자들이 차량 상태를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에 결국 형편없는 품질의 제품만 남는다는 ‘레몬 마켓’의 전형이었던 중고차 시장의 맹점을 파고드는 셈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중고차 시장 진출 의향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계기는 지난 8일 중고차 판매업체의 이익단체인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연합회)가 "소상공인을 사지로 몰아넣는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제조업체의 중고차 판매 시장 진출 시도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면서다. 이들은 지난 2일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주제로 중소벤처기업부가 마련한 간담회에서 완성차 업체의 이해단체인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측 관계자가 완성차 업체들이 중고차 매매업 진출 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들은 이러한 진출 의사 표명이 "기습적인 천명"이라며 "중고차 판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에 지정되지 않으면 무기한 거리 투쟁에 나서겠다"고 주장했다.

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중고차 매매업은 지난해 11월 동반성장위원회가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부적합하다고 판정을 내렸고, 이후 중고차 매매업체 쪽에서 지정을 요구하는 상황"이며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영역을 침범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들은 중고차 매매업을 미래 비즈니스의 주요 영역 중 하나로 생각하고 있다"며 "그동안 규제로 묶여 진출하지 못했던 상황에서, 다시 진입 제한을 거는 게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중고차 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장안동의 중고차 매매 업체. /연합뉴스
중고차 매매업은 지난 2013년 동반성장위원회가 자율규제의 일종인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 대기업의 진출이 제도적으로 봉쇄됐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3년 기한으로, 한 번 더 연장가능하다. 2019년 2월 기한이 끝나면서 중고차 매매업체들은 법적으로 5년간 대기업 진출을 막는 ‘생계형 적합업종’ 선정을 추진했는데, 같은 해 11월 동반성장위원회는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선정될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이후 중소기업벤처부에 생계형 적합업종 선정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동차 완성차 업체들이 중고차 매매업에 관심을 갖는 일차적인 이유는 완성차 업체들의 대리점이 개인들로부터 중고차를 사들이는 ‘큰 손’이기 때문이다. 고객들이 새 차를 사면서 내놓게 되는 중고차를 완성차 업체의 대리점에서 매매 중개를 하는 방식이다. 수입차의 경우 유통회사(딜러사)가 직접 매입하기도 한다. 한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케이카 등 대형 중고차 매매 업체의 현대·기아차 물량 가운데 상당수는 현대·기아차 대리점에서 넘긴 것일 정도로 비율이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진짜 알짜배기 중고차는 이들 대리점이 넘긴 것"이라고 귀띔했다. 신차로 교체되는 차량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여지가 작다는 것이다.

국내 중고차 시장 규모는 거래 건수 기준으로 2019년 현재 371만4000대다. 여기에는 중고차 업체 간 거래가 포함되기 때문에 실제 판매 대수는 이보다 꽤 적다는 게 중고차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가령 한 신차 대리점에서 매입한 차량이, 중고차 거래 전문업체에 넘길 때 각각 중고차 매매로 집계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해 신차 판매량 178만대와 비교해서 거래 건수가 2배 가량 되기 떄문에, 중복 거래를 감안하더라도 수십조원 규모의 큰 시장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현재 중고차 판매업 매출액은 12조4200억원이었다. 2016년에는 7조9700억원이었다.

그런데 중고차 시장은 차량의 품질 정보를 소비자들이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이를 악용한 매매와 소비자 피해가 일상이다시피하다. 이른바 ‘정보 비대칭’ 문제다.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중고차 관련 불만 상담은 2018년부터 이달 10일까지 2만800건이다. 품목별로는 스마트폰, 침대 등에 이어 5위로, 가격이 1000만원대에 달하는 고가 내구재 중에는 가장 많다. 중고차 관련 소비자 불만 중에 침수차를 일반차로 둔갑해 파는 등의 사기는 가벼운 수준이고 소비자가 감금, 협박을 당하는 사례까지 종종 나오곤 한다. 여기에 규모가 있는 기업이 진출해, 품질을 보증하는 방식으로 정보 비대칭을 없앨 경우 중고차 판매 가격을 높일 수 있다.

케이카 매장. /케이카
국내 최대 중고차 거래 업체 케이카는 지난해 1조190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SK엔카에서 떨어져 나온 직후인 2018년 매출은 9000억원 전후였는데, 1년 새 30% 이상 매출이 늘어난 셈이다. 대기업 진출 제한에서 풀려난 뒤, 매장을 늘린만큼 매출이 뛴 결과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한국 중고차 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와 중고차 매매 업체 간의 정보불균형과 그로 인한 시장 혼탁, 소비자 불신"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는 국내 완성차 회사들이 중고차 매매업에 직접 뛰어들기 보다 일정 품질 기준을 만족하는 자사 브랜드 중고차를 선별해 일종의 보증을 서는 ‘인증 중고차’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매매는 차량마다 매입, 정비 등 상품성 개선, 판매, 재고 관리 등을 해야 해 대기업이 뛰어들어 경쟁력을 갖추고 일정 규모 이상 이익을 내기 어려운 시장"이라며 "대신 중고차에 대해 품질 보증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중고차 시장을 관리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고 설명했다

인증 중고차 사업은 현재 벤츠, BMW, 아우디, 볼보 등 수입차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분야다. 매매 업체의 경우 신차 매장 옆에 별도로 중고차 매장을 내는 경우도 많다. 벤츠는 현재 21개 매장에서 인증 중고차를 판매한다. 출고 된지 6년 이하 또는 주행거리 15만km 이하인 무사고 차량을 대상으로 198개 항목에서 벤츠가 품질 및 안정성을 점검하고, 이를 보증한다. 판매대수는 2017년 3800대, 2018년 4600대, 2019년 6500대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BMW의 인증 중고차 사업인 ‘BMW 프리미엄 인증 중고차(BPS)’를 통한 판매량은 2015년 5200대에서 2017년 1만200대로 2배 가량 늘어난 뒤, 1만대선을 꾸준이 유지하고 있다. 비슷한 조건으로 인증 중고차 사업을 하는 아우디도 지난해 2000대를 판매했다. 지난 3월 볼보코리아도 인증 중고차 사업에 뛰어들었다.

수입차 회사들이 인증 중고차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신차 대리점이 중고차를 매입하는 창구 역할을 하는 데, 이를 자체적으로 판매하는 게 더 이득이라는 점이다. 두 번째는 자사 브랜드 중고차에 대한 잔존가치를 높이려는 것이다. 중고차 가격을 높일 경우, 신차 판매 가격도 덩달아 끌어올릴 수 있다. 한 수입차 관계자는 "차량을 몇 년 탄 뒤 중고차로 팔 때 헐값으로 내놔야한다면, 신차 구매를 주저할 수 밖에 없다"며 "관리가 잘 된 중고차가 ‘제 값’을 받는 게 신차 판매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현대캐피탈의 인증 중고차 매장. /현대캐피탈
현대자동차의 계열사 현대캐피탈도 2015년부터 인증 중고차 사업을 하고 있다. 사고이력, 주행거리, 운행품질을 가지고 ‘A3+(무사고, 주행거리 2만km대, 주행품질 우수)’ 같은 등급을 매겨 소비자들이 쉽게 차량 상태를 파악 할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전국 10곳에 중고차 매장이 있고, 온라인 매매도 가능하다. 무사고거나 경미한 접촉사고 정도 이력이 이는 차량을 대상으로, 233개 항목에서 차량을 점검하고 품질을 보증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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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19, 2020 at 04:0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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